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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전국배낭여행 (2023)

[일본배낭여행 #7-하코다테] 지역 명물 햄버거, 럭키 삐에로(에키마에점) 방문기

by 구름잡이 2023. 12. 26.
※ 이 글은 2023년에 다녀온 여행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록입니다.

하코다테 호텔방에서 결국 <더 글로리> 시즌 2를 완결까지 보고 말았다. 여행 와서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호텔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는 게 어쩌면 또 다른 호캉스의 즐거움 같았다. 매일 밤 편의점에서 삿포로 맥주와 감자칩을 사다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고, 호텔 조식도 의외로 괜찮았다.

토요코인의 뷔페는 매일 조금씩 구성이 달라서 지루하지 않았는데, 그중 볶음 누들이 가장 맛있었다. 간단한 음식인데도 일본식 간장이 배어 있어 의외의 만족감을 줬다.

토요코인의 조식도 썩 나쁘지 않았다.

삿포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가 하코다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햄버거집을 추천해줬었다. 이름은 ‘럭키 삐에로’. 하코다테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명물 체인이라고 했다. 그 뒤로 다른 현지인들과 대화할 때도 내가 하코다테를 간다고 하면, 꼭 먹어보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지역의 상징 같은 존재라 할 만했다. 하코다테의 성심당 같은 존재이려나.

며칠간 시내를 돌아다니며 몇몇 매장을 본 기억이 있다. 노란 간판과 삐에로 캐릭터가 크게 그려진 간판은 하코다테의 차분한 거리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끌렸다. 일본의 작은 항구 마을에 서양식 서커스가 불쑥 들어온 느낌이랄까. 대학원 시절 햄버거로 찌운 살이 한몫했던 나로서는, 은근히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하코다테에만 매장이 17곳이나 있고, 매장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져 있다고 했다. 오늘 처음 먹어보고 마음에 들면 여러 매장을 돌며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숙소와 가까운 매장을 찾아보니 ‘하코다테 에키마에점(역전점)’이 있었다. 지난번 들렀던 아침시장의 바로 건너편이어서, 부담 없이 외투만 걸치고 호텔을 나섰다. 이른 저녁 시간이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길가는 조용했다. 

가게 입구는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간판 위로 알록달록한 일본어 문구가 빼곡히 붙어 있었고, 유리문에는 각종 캐릭터 그림이 겹겹이 붙어 있었다. 조명까지 번쩍여서 시각적인 자극이 지나칠 정도였는데, 정작 머릿속에는 뚜렷하게 기억나는 하나의 이미지는 남지 않았다. 너무 요란해서 오히려 전부가 뭉뚱그려지는 느낌. 하지만 분명 지나치기는 어려운, 눈에 확 들어오는 가게였다.

하코다테의 랜드마크, 럭키 삐에로(Lucky Pierrot) 햄버거 가게

문을 열자마자 로큰롤 음악이 크게 흘러나왔다. 다시 오른쪽 계단을 올라 한 번 더 문을 열면 본 매장으로 이어졌다. 내부 분위기도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벽면 가득 붙은 포스터와 현란한 장식들, ‘Welcome to Lucky Pierrot’라는 글귀 밑에 붙어 있는 하코다테 전역 매장 지도까지. 심지어 입구 옆에 놓인 자판기마저 노란색 음료 하나만 파는 전용 기계였다. 어수선하지만, 그런 요란스러움이 이 가게만의 아이덴티티 같았다. 하나의 테마파크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내부도 일관된 컨셉이다

매장은 의외로 넓었다. 소파형 4인석이 주를 이뤘고, 창가에도 줄지어 자리가 놓여 있었다. 문 앞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처럼 보였다. 포장해 가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다행히 테이블석은 여유가 있었다.

여유로운 테이블석의 모습

메뉴판은 한눈에 보기 힘들 만큼 복잡했다. 가격표와 사진, 설명이 뒤섞여 있어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오늘의 메뉴(Menu for Today)’라고 적힌 입간판을 발견했다.

파파고로 찍어보니 엉뚱한 번역이 줄줄이 나왔다. ‘손놀림 열사공 만들기’, ‘김선수상’ 같은 기묘한 문구들. 물론 그 밑에는 ‘차이니즈 치킨버거’, ‘럭키에그버거’, ‘테리야키버거’, ‘럭키치즈버거’ 같은 익숙한 이름들도 보였다. 리뷰라도 미리 찾아봤으면 좋았을 텐데, 무계획을 지향하는 여행 컨셉을 한번 상기하고는 결국 느낌 가는대로 골라보기로 했다.

고민 끝에 가장 눈에 들어온 건 ‘하코다테 스노우 버거’였다. 이름에 도시가 들어가 있으니 첫 방문에 어울리는 선택 같았다. 감자튀김, 양파튀김, 음료까지 세트로 주문했는데 1,199엔. 한국의 수제버거 가격을 생각하면 비싼 편은 아니었다. 다만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Cash Only 매장이다

잠시 뒤 음식이 나왔다. ‘스노우’라는 이름은 치즈 때문이었다. 패티 위를 덮은 치즈가 접시 가장자리까지 흘러내려, 마치 눈이 쌓인 것 같은 모양새였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스노우'는 치즈를 의미했던 것 같다

손으로 들자 뜨거움이 버거 전체에 그대로 전해져 칼로 큼직하게 잘라 한 입 베어 물었다.

첫인상은 ‘엄청 부드럽다’였다. 패티가 입안에서 살살 풀어지는 느낌이었고, 치즈와 함께 어우러지니 진득했다. 다만 패티 특유의 식감은 다소 약해 아쉬울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치즈와의 조화가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 흔히 먹는 수제버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하코다테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니 그 자체로 특별한 한 끼가 되었다. 최근 며칠 편의점 음식으로만 식사를 했던 나로서는 꽤나 중요한 만찬이 되었다. 결국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고 배가 든든한 상태로 매장을 나왔다. 

저녁은 홋카이도의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하코다테 산 전망대 야경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홋카이도의 3대 야경이라는 하코다테 산 전망대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