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23년에 다녀온 여행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록입니다.

한참을 절 뒤의 묘지 언덕에서 경치 구경을 하고는 내려왔다.

무덤 언덕을 내려오니 문득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졌다. 호텔 조식으로 나온 커피 말고는 오늘 한 잔도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마침 해안가 주택가 사이로 작은 카페들이 몇 곳 보였다. 묘지와 주택이 섞여 있는 풍경 속에서 그중 ‘모리에(モーリエ)’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목조주택을 개조한 듯한 카페였다. 문을 열자마자 왼편으로 좁은 복도가 이어지고, 그 오른쪽에는 가벽이 세워져 있었다. 복도를 꺾어 들어가려니 멀리서 “이랏샤이마세”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복도는 길어야 네댓 미터 정도. 가벽 뒤쪽으로 현관이 보였고, 그 옆으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었지만 허리 높이 판으로 막아놓아 아늑하게 느껴졌다. 판과 벽 곳곳에는 작은 그림과 사진 액자들이 빼곡히 걸려 있어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과거의 가정집을 가게주인의 스타일로 정성껏 꾸며놓은 느낌이었다.
현관 옆에는 책장을 겸한 바 자리가 있고, 그 뒤로는 부엌과 프론트, 몇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왼편으로는 바다 쪽으로 열린 발코니가 있었는데, 가로로 긴 유리창 너머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부엌 입구 앞에 서 있던 주인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창가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마침 손님이 없어 조용한 분위기였다.
발코니 끝자리에 앉으니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게 웬 횡재인가 생각하며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상태로 바깥이 잘 보이는 오른쪽 구석자리에 앉았다.


아주머니는 서툰 한국말로 “무엇을 마십니까” 하고 묻고는 스스로 뿌듯한 듯 웃으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장님의 여동생(언니였나?)이 한국인과 결혼했다고 했다. 나는 메뉴판에서 쇼콜라와 따뜻한 숯불커피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창가 옆에 놓인 양안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영화 소품처럼 느껴지는 그것으로 바다를 한참 구경하니, 페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항구를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검색해보니 여기서 아오모리 쪽 반도로도 넘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미 JR 패스 정기권을 끊었지만, 페리로 섬을 건너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곧 디저트와 커피가 나왔다. 겉은 부드러운 초코빵, 속은 진한 쇼콜라로 채워진 디저트였다.

커피는 티컵에 담겨 나왔는데 양은 조금 아쉬웠다. 노보리베츠에서도 비슷했던 걸 보니 일본식 다방은 대체로 이런 듯하다. 대신 고소한 원두 향이 좋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창 너머로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커피를 마시니, 하코다테의 시간이 더없이 느긋하게 흐르는 듯했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 사람도 많지 않고, 덕분에 산책과 카페를 즐기기에는 최적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서 며칠 편하게 묵으면서 천천히 다음 목적지를 정해봐야겠다. 우선 페리는 꼭 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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