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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전국배낭여행 (2023)

[일본배낭여행 #6-하코다테] 바다와 산을 마주한 카페, 모리에(モーリエ)

by 구름잡이 2023. 12. 26.

※ 이 글은 2023년에 다녀온 여행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록입니다.

일본은 이런 깨알같은 귀여움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한참을 절 뒤의 묘지 언덕에서 경치 구경을 하고는 내려왔다.

동서양과 자연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하코다테

 무덤 언덕을 내려오니 문득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졌다. 호텔 조식으로 나온 커피 말고는 오늘 한 잔도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마침 해안가 주택가 사이로 작은 카페들이 몇 곳 보였다. 묘지와 주택이 섞여 있는 풍경 속에서 그중 ‘모리에(モーリエ)’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목조주택을 개조한 듯한 카페였다. 문을 열자마자 왼편으로 좁은 복도가 이어지고, 그 오른쪽에는 가벽이 세워져 있었다. 복도를 꺾어 들어가려니 멀리서 “이랏샤이마세”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복도는 길어야 네댓 미터 정도. 가벽 뒤쪽으로 현관이 보였고, 그 옆으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었지만 허리 높이 판으로 막아놓아 아늑하게 느껴졌다. 판과 벽 곳곳에는 작은 그림과 사진 액자들이 빼곡히 걸려 있어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과거의 가정집을 가게주인의 스타일로 정성껏 꾸며놓은 느낌이었다.

현관 옆에는 책장을 겸한 바 자리가 있고, 그 뒤로는 부엌과 프론트, 몇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왼편으로는 바다 쪽으로 열린 발코니가 있었는데, 가로로 긴 유리창 너머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부엌 입구 앞에 서 있던 주인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창가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마침 손님이 없어 조용한 분위기였다.

발코니 끝자리에 앉으니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게 웬 횡재인가 생각하며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상태로 바깥이 잘 보이는 오른쪽 구석자리에 앉았다. 

파노라마뷰로 바다와 산이 보이는 자리였다
넓은 발코니(?) 공간에 놓인 테이블이 경관 감상에 최적이었다

아주머니는 서툰 한국말로 “무엇을 마십니까” 하고 묻고는 스스로 뿌듯한 듯 웃으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장님의 여동생(언니였나?)이 한국인과 결혼했다고 했다. 나는 메뉴판에서 쇼콜라와 따뜻한 숯불커피를 주문했다.

커피 단품은 기본이 500엔. 한국에 비하면 싼 편은 아니었다 (파파고 번역)
디저트 세트를 주문하면 950엔으로 케익과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파파고 번역)

기다리는 동안 창가 옆에 놓인 양안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영화 소품처럼 느껴지는 그것으로 바다를 한참 구경하니, 페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항구를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검색해보니 여기서 아오모리 쪽 반도로도 넘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미 JR 패스 정기권을 끊었지만, 페리로 섬을 건너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곧 디저트와 커피가 나왔다. 겉은 부드러운 초코빵, 속은 진한 쇼콜라로 채워진 디저트였다.

쇼콜라 케익. 아기자기 하고 맛있었다

커피는 티컵에 담겨 나왔는데 양은 조금 아쉬웠다. 노보리베츠에서도 비슷했던 걸 보니 일본식 다방은 대체로 이런 듯하다. 대신 고소한 원두 향이 좋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일본 여행은 항상 커피의 양이 아쉽다..

창 너머로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커피를 마시니, 하코다테의 시간이 더없이 느긋하게 흐르는 듯했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 사람도 많지 않고, 덕분에 산책과 카페를 즐기기에는 최적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서 며칠 편하게 묵으면서 천천히 다음 목적지를 정해봐야겠다. 우선 페리는 꼭 타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