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나는 여행에 꽂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하다가 문득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여행 사진과 영상들을 다시 꺼내 보며 여행기를 기록하곤 했다.
하지만 이 블로그의 취지는 제목에 적어두었듯, 그때그때 내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편하고 솔직하게 기록해두는 데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내 취미이자, 어느새 인생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투자’라는 주제도 다뤄보려 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로 풀 수 있겠지만, 시작은 가장 단순한 질문으로 해보려 한다.
나는 왜 투자하는가?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렇다.
나는 직장인이다.
관점에 따라 이 문장은 누군가에게는 안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사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대학원을 막 졸업한 백수였다. 학생 시절 열심히 모아두었던 돈도 해외여행을 다니느라 대부분 써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직장인이기에 가능한 안정이 있는 만큼, 직장인이기에 피할 수 없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건 근로소득의 한계다.
1. 연봉인상률의 제한
직장인의 소득은 대체로 계단식으로 오른다. 연봉 협상, 인사 평가, 승진 같은 이벤트를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계단의 높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조직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 연봉 인상률은 평균적으로 2~5%, 잘 풀려도 10% 안팎이다.
연봉이 6천만 원일 때 5% 인상은 300만 원이다. 연봉이 1억 원일 때 5% 인상은 500만 원이다.
굳이 여기에다 물가인상률과 S&P500의 연평균 성장률을 들이밀진 않겠다.
물론,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인상률은 어디까지나 세전 기준이다.
이 시점부터 직장인의 소득은 ‘얼마나 오르느냐’보다 ‘얼마가 남느냐’의 문제로 바뀐다.
2. 소득의 한계세후증가율
이를 조금 더 명확히 보기 위해 차트를 몇개 그려봤다.
아래 [그림 1]은 세전 연봉이 1,000만 원씩 증가할 때, 세후 연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나타낸 그래프다. 이 세후 연봉은 사람인의 실수령액 계산기를 기준으로 했다.
얼핏보면 세후 연봉은 세전 연봉에 비교적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는 [그림 2]를 보자. 가로축은 동일하게 세전 연봉이고, 세로축은 실효세율이다.
실효세율이란, 세전 급여 중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으로 공제되는 비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세전 연봉이 3,000만 원일 경우, 실효세율은 약 10% 수준이다. 즉, 연간 약 300만 원을 세금과 보험료로 납부하는 셈이다.
연봉이 높아질수록 실효세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세전 연봉이 2억 원에 이르면 실효세율은 30%를 훌쩍 넘는다.

여기까지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거기다, 세금이 늘어난다고 해서 연봉을 올리지 않겠다는 직장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하나 바꿔보자.
누진세 구조에서는 어느 시점부터 세전 연봉의 증가분 대비 실수령액의 증가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그림 3]이다.

이번에도 가로축은 세전 연봉이다. 다만 세로축은 ‘한계세후증가율’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한계세후증가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했다.

말 그대로 풀면, 세전 연봉(x)이 1,000만 원 늘어날 때 실제 손에 남는 금액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값이다.
그래프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 세전 연봉 4,000만 원대에서는 한계세후증가율이 80% 이상이다.
- 세전 연봉 1억 원 수준에서는 70% 내외로 떨어진다.
- 세전 연봉 2억 원에 이르면 55% 수준에 머문다.
즉, 연봉은 계속 오르지만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같은 속도로 오르지 않는다.
이 역시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연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그래프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눈에 띄는 구간이 하나 있다. 바로 세전 연봉 9,000만 원에서 1억 1,000만 원 사이다. 이 구간에서는 한계세후증가율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1억 2,000만 원을 넘어가는 순간, 이 비율은 가파르게 하락한다. 다시 말해 이 구간부터는 연봉을 높이기 위해 들이는 노력의 ‘가성비’가 눈에 띄게 정체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내가 40대, 50대, 또는 그 이상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고 할때의 가정이다. 난 사기업에 다니고 있다. 즉, 연봉인상률도 제한적인데, 내가 원하는만큼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것이다.
아래 [그림 4]를 보자. 나이에 따른 근로소득의 변화를 보여주는 차트다. 위에서 얘기한 연봉 인상도 영원하진 않다. 이 모델에서는 50세에 근로소득이 최고치를 달성하고, 그 후로는 감소하는 모양이다. 결국 소득이 떨어지는 구간도 존재한다는 것.

결론 - 그래서 어쩌라고?
정리해보면 이렇다.
- 연봉 인상률은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 연봉이 높아질수록 실수령액 증가 속도는 둔화되며
- 일정 구간 이후에는 노력 대비 체감 보상이 급격히 줄어든다(그 구간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 그리고 나이가 들어 노동시장에서 강점이 사라지면 실소득 또한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도 출근해서 열심히 일할 것이다. 일은 재미있고, 연봉을 조금씩 높여가는 과정도 즐겁기 때문이다. 또한, 영원하진 않아도 매월 따박따박 돈이 꽂힌다는 안정감도 절대 무시 못한다.
다만 직장인이기 때문에 인정해야하는 건, 근로소득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 그리고 근로소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시점이 온다는 사실. 근로소득자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투자한다. 월급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월급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이런 관점에서 투자는 사치도, 욕심도 아니다. 나만의 ‘+α’를 만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내 성격과 인생관이라는 조금 더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이어가보려 한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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