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투자 기록

전쟁과 AI 시대, 여행산업에 투자한다는 것 — 직장인의 투자 포트폴리오 | 복리도감 EP.02

by 구름잡이 2026. 9. 19.

30대 사회초년생의 주식 포트폴리오 여정: 복리도감.

첫 번째 복리도감을 기록한 뒤 포트폴리오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현재 주식 포트폴리오의 평가금액은 약 3,700만 원이다. 지난번보다 평가금액과 총수익이 조금 늘었고, 9월에는 약 2만2천 원의 배당금도 들어왔다. 

9월 중순 복리도감 포트폴리오 현황

최근 수익률 그래프가 살짝 아래로 꺾인 데에는 환율의 영향도 있다. 내 포트폴리오는 사실상 100% 미국 주식에 투자되어 있다. 원화로 매수한 자산도 대부분 국내에 상장된 미국주식 ETF라 실질적인 기초자산은 달러 자산이다.

따라서 원화가 강해지고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 주가에 큰 변화가 없어도 원화 기준 평가금액은 줄어든다. 반대로 생각하면 미국주식을 계속 사 모으는 사람에게는 달러를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이런 시장의 변화보다 포트폴리오 안쪽을 조금 정리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

비슷한 ETF는 하나로 줄였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보니 의외로 중복된 ETF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S&P500 ETF였다. KODEX와 ACE 상품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데, 운용사가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굳이 두 상품으로 나누어 가지고 있을 이유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비중이 작았던 ACE 미국S&P500 ETF를 전량 매도했다.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도 비슷했다. 두 운용사의 상품을 함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TIGER 상품을 정리하고 한 종목으로 합쳤다.

조금 고민했던 것은 빅테크 ETF였다.

ACE 미국빅테크TOP7 Plus와 TIGER 미국테크TOP10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데 두 ETF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ACE에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같은 익숙한 빅테크 기업과 함께 브로드컴, 팔란티어, 스페이스X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열 개 종목을 담고 있지만 이름처럼 상위 일곱 종목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는 구조다.

반면 TIGER 미국테크TOP10은 시가총액 상위 기술기업 열 곳에 보다 직접적으로 투자한다. 핵심 종목 상당수는 겹치지만 구성 방식과 일부 편입 종목에는 차이가 있다.

결국 나는 ACE를 남기고 TIGER를 정리했다.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스페이스X였다. 아직 개별종목으로 직접 큰 금액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지만, ETF 안에서 제한적인 비중으로 노출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중복 종목을 정리하고 생긴 자금은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이번 정리와 함께 새로운 기업 하나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부킹홀딩스다.

여행을 예약할 때 돈을 버는 회사

현재 부킹홀딩스 투자금액은 약 126만 원, 전체 포트폴리오의 3.4% 정도다. 아직 큰 비중은 아니고 앞으로 조금씩 늘려갈 생각이다.

부킹홀딩스라는 회사 이름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Booking.com과 Agoda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며 호텔을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용해봤을 서비스다. 이외에도 항공권 검색 서비스인 KAYAK,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OpenTable 등 여러 여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부킹홀딩스의 대표 계열사

나 역시 해외여행을 갈 때 부킹닷컴을 자주 사용한다. 어느새 회원등급도 Genius Level 3까지 올라왔다.

이런 회원등급은 단순한 할인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가 있다. 플랫폼을 많이 사용할수록 할인과 혜택을 제공하고, 다음 여행에서도 다시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게 만든다. 여행이라는 비교적 구매 빈도가 낮은 상품에서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다.

중요한 것은 부킹홀딩스가 호텔을 직접 짓거나 비행기를 운항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호텔과 항공사, 렌터카 업체처럼 여행상품을 공급하는 사업자와 여행자를 연결하고, 검색과 예약, 결제를 처리하면서 수수료를 받는다.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이다.

그래서 부킹홀딩스라는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플랫폼 위에서 거래되는 상품, 즉 여행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앞으로도 여행을 할까

여행산업은 생각보다 질긴 산업이다.

금융위기와 전쟁, 코로나처럼 커다란 충격이 생길 때마다 여행 수요는 크게 흔들렸다. 코로나 시기에는 국제여행이 사실상 멈추다시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최근 국제 관광객 도착 건수는 약 15억2천만 건까지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의 숫자가 3천만 명에 가까운 수준이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번 출국하는 경우가 포함된 숫자지만, 그만큼 해외여행이 특별한 이벤트라기보다 일상적인 소비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15억명이 여행을 떠난다.

나는 여행산업을 볼 때 한 가지 질문을 자주 떠올린다.

사람들은 왜 여행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가.

집과 자동차처럼 과거부터 중요하게 여겨온 자산의 가격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임금 역시 장기적으로 상승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큰 자산을 소유하기 위한 문턱은 여전히 높다.

반면 여행이나 공연과 같은 경험은 지금의 소득으로 비교적 즉시 소비할 수 있다.

2010년대 이후 등장한 ‘욜로’라는 현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미래를 위해 모든 소비를 미루기보다 현재의 경험에도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소비를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가 여행이다.

조금 더 멀리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원래 이동하는 존재였다는 생각도 든다.

현생인류는 수만 년 동안 대륙을 이동하며 살아왔고 정착생활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짧다. 오늘날 우리가 휴가를 내고 비행기에 올라타는 것과, 수렵채집인이 식량을 찾아 떠나는 행동 간에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낯선 장소를 보고 싶어 하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인간에게 상당히 오래된 특성인 것이다.

결국 내가 여행산업을 좋게 보는 가장 단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앞으로도 어딘가로 떠날테니까.

그렇다면 여행자는 어디에서 예약할까

문제는 사람들이 여행한다고 해서 그 돈이 자동으로 부킹홀딩스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날 여행상품을 예약하는 방법은 많다.

부킹닷컴이나 익스피디아 같은 글로벌 OTA가 있고, 한국에는 놀, 여기어때, 마이리얼트립 같은 서비스가 있다. 호텔이나 항공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할 수도 있다. 구글 검색을 통해 여행상품을 찾을 수도 있고 최근에는 ChatGPT 같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여행계획을 만드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OTA가 가진 역할은 명확하다.

전 세계에 흩어진 숙소와 항공권을 한곳에서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게 해주고, 서로 다른 언어와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도 예약과 결제를 처리해준다. 예약을 변경하거나 취소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을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특히 숙박산업에는 힐튼이나 하얏트 같은 거대한 호텔 체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중소 규모 호텔과 독립 숙박업체가 존재한다. 이들 입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고객에게 직접 광고하고, 여러 언어로 예약을 받고, 결제를 처리하고, 리뷰와 고객 문의까지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

부킹닷컴은 이런 사업자와 여행객 사이에 서 있다.

약 470만 개에 달하는 숙소 상품을 모아 여행자에게 보여주고, 예약과 결제, 리뷰, 다국어 지원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거래가 이루어질 때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서 플랫폼 사업의 장점이 나타난다.

호텔 객실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부킹홀딩스가 직접 호텔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 항공권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비행기를 추가로 구입할 필요도 없다.

자본집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이다.

여행의 성장 위에 올라탄 플랫폼

실제 숫자에서도 이런 특성이 나타난다.

부킹홀딩스의 매출은 2015년 약 92억 달러에서 2025년 약 269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약 33억 달러에서 88억 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물론 그 과정이 매끄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에는 매출이 약 68억 달러까지 감소했고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이런 거대한 외부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여행이 다시 시작되자 실적 역시 빠르게 회복했고 2022년부터 코로나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

내가 관심 있게 본 또 하나의 부분은 현금의 사용처다.

부킹홀딩스는 호텔이나 항공기를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는 만큼 사업에서 만들어진 현금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회사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이어왔고 2024년부터는 배당도 시작했다.

최근에는 잉여현금흐름의 상당 부분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고 있다.

물론 높은 주주환원율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성장기회가 있는데도 투자하지 않고 현금을 모두 돌려주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성장 투자와 재무상태를 함께 봐야 한다.

다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부킹홀딩스는 사업에서 현금을 만들어내고, 그 현금의 상당 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형태의 기업이다.

그런데 AI가 여행예약을 대신한다면

요즘 AI 이야기를 안 하는 산업은 없지만, 여행쪽은 특히 민감한 편이다. 

현재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단순화하면 검색이나 광고를 통해 여행지를 발견하고, OTA에 들어가 숙소를 비교한 뒤 예약하는 구조다.

그런데 생성형 AI, 또는 최근 발매된 메타의 뮤즈 같은 에이전트가 이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2월에 도쿄에서 부모님과 묵을 호텔을 찾아줘. 역에서 가깝고 조식이 좋았으면 좋겠고 1박 30만 원 이하였으면 좋겠어.”

AI가 이 질문을 받고 호텔을 찾아 비교한 뒤 결제까지 처리한다면 사용자는 부킹닷컴에 직접 들어갈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

예약 자체는 부킹홀딩스가 처리하더라도 고객이 기억하는 서비스는 메타, ChatGPT나 Google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부킹은 고객과 직접 만나는 플랫폼이 아니라 AI 뒤에서 숙소 재고와 예약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브랜드의 힘이 약해지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동시에 숙박업주들이 직접 자기들의 상품을 AI에게 제공해 중간 도매상의 역할이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부킹홀딩스 역시 회사 차원에서 대형 기술기업의 AI 서비스와 여행상품 통합을 경쟁 위험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을 AI와 OTA의 단순한 제로섬 게임으로 보기도 어렵다.

Google이 보여주고 있는 AI 기반 여행검색에서도 Booking.com과 Priceline 같은 OTA가 거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AI가 여행지를 추천하고 호텔을 찾아주는 역할을 담당하더라도 실제 객실 재고를 확보하고 예약과 결제, 취소, 사후지원을 처리하려면 누군가는 여행산업의 복잡한 공급망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부킹이 이미 구축해놓은 네트워크가 의미를 갖는 지점이다.

오히려 AI가 새로운 예약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고객의 취향과 과거 여행기록을 더 정확하게 이해해 적합한 숙소를 추천할 수 있다면 검색에서 예약까지의 전환율이 높아질 수 있다. 고객문의와 예약 변경을 자동화한다면 고객지원 비용을 낮출 수도 있다.

내 개인적인 사례를 생각해보면, 부킹의 Genius 프로그램 같은 멤버십 시스템이 AI와 시너지를 일으킬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처럼 Genius Level 3인 이용자가 계정 연결에 동의했다고 생각해보자. AI가 일반적인 호텔 가격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내 회원등급에 적용되는 할인과 무료 조식, 객실 업그레이드 같은 혜택까지 계산해 숙소를 추천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부킹의 회원 생태계가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AI가 모든 OTA와 호텔의 가격을 완전히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게 된다면 플랫폼 간 경쟁은 지금보다 훨씬 치열해질 수도 있다.

아직 답은 없다. 그러나 세상은 혼란에 빠져 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휘둘리기 보다는, 앞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AI’라는 단어 자체가 아니라 숫자라고 생각한다.

AI를 통해 새로운 예약이 늘어나는지, 예약 한 건을 유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지, 고객지원 비용이 낮아지는지, 그리고 여행을 마친 고객이 다시 부킹으로 돌아오는지를 봐야 한다.

결국 AI는 부킹홀딩스에 리스크인 동시에 기회다.

어느 쪽이 더 커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조금씩 사기로 했다

최근 부킹홀딩스의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Forward P/E는 약 14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여행산업의 장기 성장과 부킹홀딩스의 시장 지위, 현금창출력에 비해 이전보다 부담이 줄어든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AI가 여행산업의 유통구조를 얼마나 바꿀지 아직 알 수 없고, 전쟁과 유가, 경기침체처럼 여행수요를 흔들 수 있는 변수도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큰 비중을 투자하지는 않았다. 현재 포트폴리오의 약 3.4%만 부킹홀딩스에 투자했고 앞으로 사업과 숫자를 확인하면서 조금씩 비중을 늘려갈 생각이다.

투자는 결국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일이 아니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을 찾고, 그 사업이 앞으로도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를 생각하고, 내가 틀릴 가능성까지 감안해 적당한 가격과 비중으로 투자하는 일에 더 가깝다.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행을 어디에서 검색하고, 어디에서 예약하고, 그 과정에서 누가 가장 많은 가치를 가져갈지는 계속 변할 수 있다.

부킹홀딩스에 투자하면서 앞으로 이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싶다.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기록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