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의 규슈 드라이브 일정은 이랬다.
첫날은 구마모토 인. 늦은 시간 도착해 돈코츠 라멘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1편 참고).
둘째 날, 렌트카를 빌려 구마모토현의 대표 활화산인 아소산을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가는 길에 유명한 빵집에 들러 모닝빵을 사 먹었다. 빵'집'이라고 표현했지만, 산골 길목 한가운데에 나무에 걸쳐 간이식으로 세워진, 뭐라 설명하기 애매한 건물이었다.



마치 서양에서 보는 트리하우스(나무를 기초로 건축된 오두막집)을 연상케 했다. 조그마한 빵집에 여사장님 두분이서 빵을 팔고 계신데, 무슨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 모닝빵도 엄청 맛있었다.
빵을 사고 밖에 나와서 보니, 트리하우스 뒤로 차고가 있는 단독주택이 서 있었다. 얼마 있다 사장님이 나오셔서 그 집 차고로 들어가 재료를 가지고 나오셨다.
산속에 있는 집에 살면서 그 앞에 간이 건물 지어놓고 빵을 파는 삶이라니. 이거 너무 완벽하잖아.
저녁은 료칸에서 온천을 하며 조용히 쉬었다.

오늘은 셋째 날. 오늘부터 본격적인 애니 덕질의 시간이다. 아침 일찍 나와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배경 레퍼런스로 알려진 장소를 찾았다. ‘분고모리 기관고’라는 야외 철도 박물관이다. 밖에 전시된 기관차 뒤로 타원형의 기관차 보관소가 보이는데, 영화 초반 ‘문’이 등장하는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관광버스가 근처에 서 있었고,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 바로 옆 철로에서는 열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카메라를 든 아저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철덕들에게는 명소인 모양이었다.
이후 진짜 목적지인 히타 시로 이동했다. 이곳은 <진격의 거인>의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의 고향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인구 5만 7천 명 남짓한 작은 도시지만,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작가가 마을 부흥에 참여하며 진격거를 테마로 한 관광지와 상품들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히타의 대표 관광지로 알려진 마메다마치 상점가였다. 상점가 한가운데 관광객을 위한 무료 주차장이 있는데, 운 좋게도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차를 댈 수 있었다.



이곳에는 진격의 거인 성지순례 장소로 유명한 우동집 ‘타카무라’가 있다. 상점가에서 조금 벗어나 15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외진 곳에 자리한 작은 식당인데, 사장님이 진격의 거인의 열성 팬이라 매장 전체가 작품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운이 좋게도 진격거 굿즈로 꾸며진 전용석을 안내 받을 수 있었다.


대표 메뉴는 버터 치즈 우동. ‘진격거 정식’을 주문하면 세 명의 초대형 거인 모양 치즈가 얹혀 나온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매장 안을 둘러보는데, 사장님이 특히 한지 캐릭터를 좋아하셔서 관련 굿즈와 그림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원작자 하지메가 직접 그려줬다는, 우동을 먹고 있는 한지의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한지가 거인에 진심이듯, 사장님도 진격거와 우동에 진심인 사람처럼 보였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우리에게 한국말로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사람에게 진심이란 건 참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정말 ‘심장을 바쳐도 좋을’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건 아마도 꽤 큰 행복일 것이다.



음식을 가져다주시며 방명록도 함께 내주셨다. 손님들의 메시지를 모아 이사야마 작가에게 전달하는 용도인 듯했다.


나도 나름의 그림 실력(?)을 발휘해서, 팬심을 한 페이지에 남겨 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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