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배낭여행 #12-센다이] 가장 '일본스러운 도시'의 첫인상, 센다이
점심 무렵 신칸센에서 내려 센다이역 서쪽광장으로 나오자, 가장 ‘일본스러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뭐랄까,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올드하면서도 입체적인’ 모습이었다.


역 밖으로 나온 나는 중앙광장을 가로지르는 공중 보행로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광장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1층 중앙부는 택시와 버스가 오가는 원형의 순환 공간이었고, 그 주변부를 따라 이어진 2층 데크형 보행로 위로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광장 옆으로는 파르코 같은 백화점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어딘가 젊은 느낌은 들지 않는 오래됨. 이 묘한 분위기가 ‘일본스러움’을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일본의 규모 있는 기차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였지만, 홋카이도의 시골 지역을 여행하며 조금씩 남하하다가 이제야 일본 본토의 첫 대도시에 들어온 나로서는 꽤 신기한 체험이었다.


센다이는 인구 약 100만 명의 도호쿠 지방 최대 도시로,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다. 일본의 대표적인 연구 중심 대학인 도호쿠대학교가 위치해 있기도 하다. 도호쿠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 말로는 한국에서의 직항 노선은 아시아나항공 하나뿐이라고 했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전반적으로 국제선 노선 자체가 많지는 않은 듯했다. 확실히 도시의 명성에 비해 관광 수요는 크지 않은 곳처럼 느껴졌다.
센다이의 대표 음식으로는 우설, 규탄(牛タン)이 있다. 이곳을 꼭 찾아온 몇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대도시에 들어와서 괜히 들떴던 걸까. 파르코 백화점 안에 있는 점프샵과 포켓몬샵을 둘러보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일본 주요 도시에 있는 포켓몬센터에서는 각 도시에서만 구할 수 있는 동전형 토큰을 판매한다고 한다.)


센다이역 광장을 등지고 몇 분만 걸으면 도시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뀐다. 상업시설들이 밀집한 아케이드 상점가가 나타나는데, 아치형 천장으로 덮인 긴 통로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상점들은 크지 않지만 종류가 다양하고 밀도가 높다. 우리나라의 전통시장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현대적이고 규모가 큰 느낌이었다. 오래된 가게와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고, 약국부터 편의점, 식당, 카페, 슈퍼마켓까지 없는 게 없었다. 인생의 큰 결정보다는 소소한 선택을 반복하게 만드는 구조. 커피를 마실지, 군것질을 할지, 아니면 조금 더 걸어볼지. 그런 선택의 연속이 이 아케이드를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센다이에서 묵을 숙소는 아케이드 상점가 초입에 위치한 캡슐호텔이었다. 며칠간 느긋하게 머물며 일도 하고 관광도 할 계획이었는데, 대중목욕탕과 헬스장, 업무 겸 식사가 가능한 공용공간까지 갖춘 곳이라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숙소 이름: Station Front Artificial Hot Spring Topos Sendai Station West Exit
숙소 입구는 여느 아케이드 상점과 다를 바 없어 전혀 ‘숙소’ 같지 않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3개 층으로 이루어진 제법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1층과 2층에는 캡슐 객실이, 3층에는 목욕탕과 공용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투숙객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나를 제외하면 대부분 내국인 관광객이거나 출장 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목욕을 마치고 정장을 입은 채 나서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쳤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원 출장을 캡슐호텔로 보내는 경우도 있나 싶었다.
센다이에서의 며칠은 여유로운 관광과 자잘한 업무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논문 수정 작업이 조금 남아 있어, 이렇게 비교적 큰 도시에 머무를 때 틈틈이 작업을 하려고 계획해두었다. 여기에 여행 경비를 보태기 위해 간간이 들어오는 영어 번역 작업도 병행해야 했다.
우선은 그간의 여행 피로를 풀기 위해 목욕부터 시원하게 하고 낮잠을 잤다.
가능하다면, 이렇게 여행과 일을 함께 이어가는 삶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이 글은 2023년에 다녀온 여행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