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마모토에서의 하루, 규슈 여행의 시작(feat. NOL 해외숙소 예약)
어느새 9월. 다시 회사 일과 이런저런 일정으로 바쁜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 도쿄로 혼자 여름 휴가를 다녀왔는데, 날씨가 너무 더웠던 게 흠이었다. 이번에는 시골 여행과 온천 탐방을 목표로 규슈 지방을 렌트카로 한 바퀴 도는 여행을 계획했다.
출국 전날, 학부 지도교수님에게서 후배들을 위한 커리어 특강 연사로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모처럼 모교를 찾아 강연을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짐을 대충 싸두었다. 몇 시간 눈을 붙인 뒤 새벽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이동 전 특유의 들뜬 기분은 또렷했다.


구마모토 공항은 일본의 여느 시골 공항처럼 아담한 규모였다. 일본은 과거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입국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국내선 전용 공항들에 국제선을 취항시키는 사업을 했었다. 그래서 일본의 웬만한 시골 공항들도 국제선 여객 시설이 갖춰져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넘어오는 셔틀도 봉고차였다. 한 달 전의 도쿄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일본은 지방 공항에서도 이렇게 정기 셔틀이 잘 갖춰져 있어, 외국인 여행자도 시골 여행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구마모토는 규슈 여행의 출발점 같은 도시였다. 렌터카를 타고 오이타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있었기에, 첫날을 어디에서 보낼지가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NOL로 예약한 원 스테이션 호텔 구마모토는 꽤 좋은 선택이었다. 역에서 걸어서 5분 남짓, 이동이 부담 없었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몇 년 전 배낭여행으로 구마모토에 왔을 때는 돈이 없어 역 근처의 1인실 도미토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침대 하나만 있어도 감사했는데, 이제는 호텔을 당당히 예약하는 직장인이 되었다.
구마모토에 도착한 날은 낮 기온이 제법 높았다. 짐을 호텔에 잠시 맡기고 곧장 시내로 나갔다. 하루만 머무는 일정이라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먼저 점심으로 규탄을 먹으러 백화점 식당가로 향했다.
리뷰가 좋다는 가게 앞에는 현지인들이 조용히 줄을 서 있었고, 두툼하게 썰어 나온 소혀는 내 혀를 녹여버렸다.

거리를 걷다 보니 동네 곳곳에서 구마몬이 시선을 보냈다. 기념품 가게에도, 전광판에도, 버스 정류장에도 있었다.

늦은 오후에는 트램이 지나다니는 게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창가 자리에서 오가는 사람들과 전차를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시간 감각이 흐려졌다. 해 질 무렵까지 아무 계획 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오랜만이라 좋았다.

저녁이 되자 두 번째 버킷리스트인 돈코츠 라멘을 먹으러 다시 숙소를 나섰다. 로컬들이 많이 간다는 가게였다.

구마모토식 돈코츠 라멘은 국물이 진했고, 볶은 마늘 향이 확실했다. 국물 위에 돼지고기 지방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꽤 위험해 보였다. 맛도 위험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나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객실은 슈피리어 트윈룸이었는데 생각보다 넓었다. 조식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1박 일정이라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면 역 근처의 소리가 은근히 들렸고, 밤에는 기차가 지나가는 진동이 아주 약하게 느껴졌다. 불편한 소음이라기보다는, 이 도시 안에 내가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정도였다.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지금 돌이켜보니 내부 사진을 단 한 장도 찍지 않았다.